'워킹+맘'이 아닌, 워킹하는 나, 그리고 맘으로서의 나라는 두가지 모드에 대해
[Between Diapers and Deadlines (2)] Worker, Mom, and Both.
Intro. [Between Diapers and Deadlines] 시리즈는 일과 육아, 두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굴리는 버즈빌리언들의 리얼 로그입니다. "퇴근은 육아로의 출근" 이라는 말이 있죠. 완벽하진 않아도, 오늘도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치열한 스타트업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육아맘, 육아대디의 목소리를 담아보았습니다.
복직한 지 1년, 아이는 두 돌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린이집 대신 베이비시터 선생님을 마치 직장인처럼 9 to 6 근무제로 유지하고 있는 만큼, 아침은 그래도 꽤나 여유로운 편입니다. 일찍 재우고, 일찍 일어나서 어린이집을 가는게 이 나이의 일상인 것 같은데, 시터 선생님 출근 후에 아이가 일어나길 바랐기에, 보통 아이는 10시에 잠에 들고 9시쯤에 일어납니다. 다만 퇴근 이후에는 우다다 정신없는 육아의 모드가 시작되죠.
워라밸이라는 이상한 단어가 모람
출산 전, '워라밸'이란 단어를 언급하길 정말 싫어했습니다. '삶 속에 일이 있는데, 어떻게 이게 분리가 되지'란 생각이 컸죠. 휴가를 떠나서도 노트북은 항상 들고다녔습니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광고 시장이고, 마케팅 팀은 그래도 급박한 이슈가 많진 않지만 언제나 모니터링하는게 일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게 정말 하나도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즐겁게 여행을 하다가, 잠깐 모니터를 켜고 상황을 보고 슬랙 메시지를 몇 차례 쓰다가, 다시 노는 삶이 좋았습니다. 야근도 재밌었어요. 기한이 정해져있고, 단 하루만에 속도감 있게 결과물을 내놓는 속도전의 도파민에 취했던 날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겪은 임신, 그리고 출산 이후의 삶은 정말 '두려움'이라는 단어로 점철되었던 것 같아요. 내가 여전히 이렇게 일할 수 있을까? 출산 이후의 나, 얼마나 달라질까? 겪어보지 않은 채, SNS 속에서 쇼츠로 들여다 본 봤던 육아맘, 육아대디의 삶은 정말이지 정신없어 보였거든요. 지금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의 폐해라고 말이죠. 육아하는 시간이 생기더라도, 그래도 '나로서의 삶'은 챙겨나갈 수 있습니다.
이런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버즈빌의 대표, 존과 티타임을 진행했을 때 존이 흥미로운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엠제이, 저는 그 나이에 맞는 행복이란게 있는 것 같아요. 20대의 행복이 다르고, 30대의 행복이 다르죠. 나만의 행복을 그려나갈 수도 있지만, 세상이 말하는 그 나잇대의 행복, 삶의 싸이클에 맞는 행복이란걸 다 한 번씩 경험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라고 말이죠.
100일, 5개월, 돌, 그리고 두돌
존의 응원(?) 메시지로 열심히 긍정마인드를 심어넣으며 시작한 육아, 100일까지는 '자아를 포기하는 삶'이었던 것 같습니다. 애초부터 '엄마가 아닌 이 외의 삶'에 대한 욕심을 100일까지는 갖지말자고 마음 먹고 육아에 임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러니하게도 100일까지는 별 기억이 없어요. 그냥 눈 떠서 입력된 값을 수행하는 로봇처럼 아이를 먹이고, 트름을 시키고, 재우는 루틴만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 시기에 <고려거란전쟁>이 핫했는데, 속칭 '고거전'을 틀어놓은 채 영혼을 빼고 있던 일상이었죠.
그리고 마법처럼 100일 이후부터는 삶의 흐름은 조금씩 저의 본래의 리듬대로 돌아왔습니다. 아이는 배밀이를 막 시작하는 5개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녔고, 어린이집에서도 멋모를 때 보냈던 덕인지 적응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6개월 무렵, 저는 복직했습니다. 다시 버즈빌리언 엠제이로서의 삶을 시작했어요.
TMI지만 5개월부터 어린이집에 잘 다녔던 아이를 지금 집에서 키우고 있는 이유는 순전히 어린이집에 '탈락'했기 때문입니다. 이사를 하고 보니 어린이집 대기란게 정말 길고 길더라구요. (여러분, 어린이집에 붙으셨다면 절대 이사를 하지마세요...) 그리고 복직 이후의 나라는 인간에 대해 의심하는 출산준비자(?)가 있으시다면 걱정마시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일하던 그 가닥이 어디 안가더라구요, 놀랍도록 빠르게 원래의 모드를 찾으실 수 있답니다.
(아이는 이렇게 어린이집에서 앉는 법을 배워왔습니다)

모드 Switch, 두 개의 삶
제목 그대로 저는 마치 '두 개의 삶'을 살고 있는 느낌입니다. 누군가는 '아이를 생각하며 일에서도 힘을 낸다'고 하지만 저의 경우엔 적용되지 않는 말이었어요. 출근길에 나서는 순간부터, 집에 있는 아이는 완전히 머릿 속에서 지워두려고 합니다. 그래서 흔한 핸드폰 배경화면에도 아이 사진을 두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버즈빌에서의 엠제이' 모드로의 스위칭에만 집중합니다. 반대로, 퇴근하는 순간에는 완전히 일을 지워내려고 노력합니다(네, 노력입니다. 슬랙은 24시간 꺼지지 않으니까요).
나라는 인간 또한 마치 두개의 모드처럼 느껴집니다. 회사에서는 아주 빠르게 의사결정하고, 여러 신사업 구조에 대해 기민하게 파악하고 마케팅의 포인트를 잡아내는 것에만 몰두하는 약간은 냉정한(?) 모드를 유지하지만, 산후조리원 친구들과의 카톡방에서는 '세상 호들갑스러운 수다쟁이 엄마'에 가까워요. 낮에 밀린 카톡방을 보면서, 친구들이 공유해준 핫딜에 참여하고, 요즘 아이가 부쩍 밤에 깨는데 이게 일반적인 것인지, 아닌지, 그 유명한 비타민제를 먹이면 효과가 있는 것인지를 묻곤합니다.
이렇게 키운 아이는 이번 달에 두 살 생일을 맞습니다. 돌 이후부터는 정말 놀라운 속도로 자라나더라구요. 눈 떠보면 키가 훌쩍 커있는 것 같고, 심지어 이제는 아이 앞에서 말하는 것도 조심해야할 지경이에요. 그치만 정작 아이의 발달을 세세하게 관찰하며 키워낸 시간은 꽤 짧아요. 집에 도착하면 7시, 하루에 고작 2시간을 보는게 전부죠. 그럼에도 아이는 시터 선생님의 손에서, 그리고 주말엔 엄마 아빠의 품 안에서 잘 자라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키운 아이는 두돌이 되었고 이제는 꽤 '어린이'의 형상을 갖추었죠)

'엄마, 오늘도 일 재밌게 하고 올게!'
출근할 때면 '엄마 오늘 일하고 와야해, 기다리고있어'라고 하지 않습니다. '재밌게' 일하고 올테니 너도 재밌게 놀고 있어라고, '재밌게'라는 단어를 몇 번이곤 씁니다. 저는 아이가 직장을 '엄마 아빠가 나를 키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돈 벌러 가는 곳'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했어요. 퇴근해서는 '엄마 오늘은 이러저러한걸 해서 전환이 8% 올랐어! 잘했지! 엄마 엄청 재미있었어!'라고 말합니다.
바야흐로 AI의 시대, 저의 육아의 특이점이 있다면 ChatGPT와 Gemini가 육아의 상당 지분을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소소한 육아 고민은 심지어 Gemini로 만든 오은영 봇, 하정훈 봇(아이를 키우는 분이라면 삐뽀삐뽀 선생님을 아실꺼에요...!)으로 해결합니다. 출근 준비로 바쁠 때 아이가 일찍 눈을 뜨게되면, ChatGPT와의 대화로 시간을 떼우곤해요. 덕분에 네이버 맘카페에 유사한 고민을 검색해보는 시간은 확 줄었고, 정제된 정보를 얻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Gen AI의 거짓말 이슈(이른바 할루시네이션)에 대해서는 약간 눈을 감아줘야 하지만요.
그러면서 가끔은 고민합니다. 20년 후 이 아이가 마주하는 직업의 세계는 어떻게 변모할까, 그 세계에서 중요한 인간의 역량이란 도대체 무엇이 될까 등등을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테크 씬에 있는 것, 광고 씬에 있는 것이 꽤 맘에 들기도 합니다. AI를 누구보다 빠르게 쓰라고 권장하는 회사 문화, 앞선 기업들의 AI 관련 발표를 가장 먼저 훏어봐야하는 저의 일, 그리고 실물 경기를 매출이라는 숫자로 체감하는 저의 산업이 저만의 방식으로, 아이를 성장시키는 것에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스타트업에서 '나'만 늙지는 않는다는 것
오늘은 처음으로, 출근해서도 꽤 긴 시간 아이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이 글을 쓴다는 이유를 핑계삼아서요. 친구로부터 '스타트업 다 젊다고 들었는데, 육아휴직 괜찮아?'란 말도 들었고, 저 또한 같은 고민을 했던 세월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스타트업에 합류했던 분들도 다같이 늙어간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네, 우리는 늙어갑니다. 그리고 삶의 궤적도 조금씩 달라지기 마련이죠. 스타트업의 평균 연령이 28~32세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요. 스타트업씬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여기를 떠날리 만무하고, 세월은 막을 수 없으니, 스타트업 임직원의 평균 연령도, 대표의 나이도 높아질 것입니다.
과거엔 '늙는다 = 녹슨다'처럼 느껴졌는데, 이제는 IT 대격변(?)을 성인이 되어 온전히 지켜볼 수 있었던 저의 늙음도 좋습니다. '야, 폰 사면 카카오톡 이란걸 먼저 깔아야한대. 공짜 문자래.'라고 말하던 대학 시절부터, '은행을 앱으로 해? 그거 믿을 수 있어?'라는 지금으로서는 도통 믿기지 않는 시절을 거쳐왔습니다. 그리고 버즈빌 또한 옛날옛적 B2C 앱을 거쳐 잠금화면 광고, 이제는 '인터랙션 광고'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리워드 광고로서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 곡선을 모두 지켜보았기에 생기는 나름의 지식 혹은 인사이트도 생기는 것 같아요.
우리의 평균 연령이 40살, 50살 쯤이 되어도, 우리의 방식은 여전하겠죠. 완성도보다는 속도를 언제나 얘기하고, 스프린트 모드로 일하며, 좌충우돌 속에서 밸런스를 찾는 싸움이 이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이라는 불확실한 환경이 육아에 두려움을 준다면, 동료를 믿어보란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불확실 속에서 확신을 통한 '확실한 성장'을 만드는 사람들이고, 설령 내가 못 미더울 지언정, 동료만큼은 믿음직스러울테니까요. 그리고 이곳, 버즈빌의 동료들, 꽤 믿음직스럽답니다😊
오늘의 스타트업에서는 이렇게 시간의 속도 만큼, 육아라는 삶의 부분도 꽤나 어엿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버즈빌과 함께할 도전적인 미래의 버즈빌리언을 기다리고 있어요. 버즈빌의 문화가 궁금하다면, 자세한 내용은 하단 채용공고를 통해 확인해 주세요.
Welcome Aboard to Buzzvil🎉
버즈빌, 아마도 당신이 원하던 회사!
버즈빌의 담대한 여정에 함께하시겠어요?
다른 콘텐츠 읽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