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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Native 조직이 되어가는 버즈빌의 좌충우돌 적응기 2편

그놈의 AI, 결국 같이 일하게 됐습니다.

AI Native 조직이 되어가는 버즈빌의 좌충우돌 적응기 2편. 채용담당자의 시선으로 풀어가는 시리즈입니다.

지난 1편에서 나는 아주 솔직한 질문을 던졌다. "그놈의 AI, 그래서 저 잘리나요?" AI Native 조직으로 빠르게 변화해 가는 회사 안에서, 채용 담당자인 내가 앞으로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며 품었던 진짜 불안이자 물음이었다.

독자분들은 여기서 궁금증이 생기실지도 모르겠다. 회사는 왜 이 질문에 말로 하는 거창한 세미나나 교육 대신, 뜬금없이 ‘사내 첫 AI 해커톤’이라는 무대를 깔아주었을까? 이유는 명확했다. AI가 내 자리를 뺏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는, AI를 멀리서 바라만 보고 있을 때 생기는 법이다. 백 번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보다 비개발자라도 직접 AI의 멱살을 잡고 내가 하던 일을 시켜보는 ‘경험’을 해봐야 진짜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버즈빌이 사내 해커톤을 열게 된 진짜 이유였다. 직접 부딪쳐보고 나만의 답을 찾아보라는 버즈빌다운 정면돌파였다.

혹시 내가 1편에서 얼마나 진지하게 버즈빌 AI Native 조직으로의 적응기를 고민했는지 아직 못 보신 분들이 있다면, 이 글을 읽기 전에 [👉 1편: 그놈의 AI, 그래서 저 잘리나요?]를 먼저 읽고 오시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야 오늘 내가 목격한 12시간의 변화를 온전히 함께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인공지능이라는 소크라테스를 옆에 끼고 일하는 시대

John 개회사

우리의 첫 해커톤은 주말을 반납하는 방식이 아니라, 평일 하루를 통째로 비워 진행됐다. 회사가 그날을 ‘전사 생산성 개선 Day’로 지정한 데에는 자유롭지만 명확한 의도가 있었다. 우선, 해커톤 참여자들이 당장의 현업 업무와 메신저 알림을 잠시 내려놓고, 오롯이 12시간 동안 아이디어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동시에 행사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비참여자들도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리에서 '내 업무를 어떻게 효율화하고 자동화할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하며 전사의 생산성 DNA를 깨워보자는 뜻이 있었다.

해커톤 시작 전 CEO John은 이제 우리가 저마다 위대한 스승인 '소크라테스'를 옆에 하나씩 끼고 일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상상하는 무엇이든 기술의 장벽에 가로막히지 않고 즉시 세상에 꺼내놓을 수 있는, 바야흐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조직 내에서는 '직군의 경계'라는 보이지 않는 선이 존재해 왔다. 기술을 잘 모르는 비개발자는 본인이 만들고 싶은 멋진 아이디어가 있어도, 결국 개발자를 찾아가 "이것 좀 만들어주실 수 있나요?" 하고 부탁해야만 하는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내 해커톤은 기술이 인간의 상상력을 가두지 않는 변화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자리였다. 세일즈, PM, 디자이너, HR 등 현업의 비효율을 가장 잘 아는 비개발 직군이 아이디어를 들고 왔고, 개발자가 그 옆에서 AI로 함께 구체화했다.

해커톤 현장 콜라주

비개발자가 AI로 직접 결과물을 만들어보는 것, 변화의 시작점

CTO Zune이 해커톤을 열며 바랐던 그림이 있었다. 비개발자가 AI로 직접 결과물을 만들어보는 경험 자체가 변화의 시작점이길 바란다는 것이었다. Zune의 바람대로, 사내 해커톤에서는 개발과 비개발의 경계가 무의미해지고 있었다. 평소 느꼈던 답답함이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다른 누군가의 손을 빌리지 않고, 내가 직접 생성형 AI와 LLM을 도구 삼아 결과물로 구현해 내는 경험. 회사는 이번 12시간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그 성공 경험과 가능성을 심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이 버즈빌이 말하는 ‘AI Native 해커톤’의 목적이었다.

사실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담던 내 마음은 반신반의했다. 한 세일즈 매니저가 “이게 진짜 12시간 안에 가능할까요?”라고 물었을 때 속으로 격하게 공감했다. 하지만 라운지를 돌던 나는 이내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 짧은 사이 모든 팀의 아이디어가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었다. 문제를 가장 잘 아는 비개발 직군과 기술을 가진 개발자가 '원팀'으로 묶여 AI로 소통하니, 업무 속도와 실행력이 말도 안 되게 빨라진 것이다.

마감 시간인 밤 10시 정각, 슬랙 채널에 15개 팀의 결과물이 전부 업로드됐다. 아침에 걱정하던 그 세일즈 매니저가 “AI가 옳았다!!!”라고 외치는 순간, 나 역시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12시간은 무모하리만큼 짧은 시간이라 생각했지만, 해커톤이 끝나는 순간 내 머릿속엔 하나의 문장만 남았다. '진짜 이게 되네.'


경영진 60% vs 구성원 40%: 청중에서 심사위원으로

본선 진출 6팀

원래 본선은 5팀을 선발할 예정이었다. 사내 공지에도 그렇게 적혀 있었다. 그런데 심사위원들이 개별 평가를 마치고 모여 한 시간 정도 치열하게 논의한 결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결국 한 팀을 더 올려서 5팀이 6팀이 됐다. 결과물 퀄리티가 생각보다 너무 좋았던 탓이다.

본선에 오른 여섯 팀은 잠자는 서버들, 위그드라실, 물어버즈세요, Ocean's Three, Ad-venturers, ReviewOps. 그중 절반이 비개발자가 직접 주도한 프로젝트였고, 어제 "12시간 안에 가능할까요?"라고 의심하던 그 세일즈 매니저가 주도한 프로덕트도 그 안에 있었다.

본선 발표는 떨림 속에 시작됐다. 모든 발표가 끝난 뒤 Q&A 시간에는 구성원들이 각 팀 프로덕트에 뾰족한 질문을 던졌다. '임팩트가 얼마나 강한가', '바로 실현 가능한가'에 대한 토론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본선 진출자들이 진땀을 흘렸다.

발표 장면 콜라주

6팀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AI에게 무엇을 시킬지를 정확히 정의한 팀이 끝까지 살아남았다는 점이다.

Q&A가 끝난 뒤 본격적인 심사가 시작됐다. 그 자리에 있던 전사 구성원 모두가 그대로 심사자가 됐고, 각자 점수를 매기는 식이었다. 평가 기준은 네 가지였다. 경제적 임팩트(50%), 실행 가능성(30%), 완성도(15%), 전달력(5%). 점수는 경영진 60%와 전사 구성원 40%로 합산됐다. 위에서 내려오는 평가가 아니라 회사 전체가 같이 던진 질문이었고, 그 합산 점수로 수상팀이 결정됐다.

질문 장면 콜라쥬

최종 3팀에 주어지는 합격 목걸이

버즈빌 역대 최고 500만 원 상금을 걸고 진행한 만큼, 참가자와 청중 모두가 설레는 마음으로 호명을 기다렸다.

3등 톤보정

🥉 3위 · 물어버즈세요

“버즈빌리언이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정보를 찾는 시간이 평균 40-50분이 걸립니다.”

물어버즈세요(BuzzBrain) 팀은 Confluence·Slack·Linear(회사가 쓰는 협업 도구들)에 흩어진 사내 정보를 AI가 읽기 좋은 구조인 EAS(Entity·Activity·Source)로 정제해서, 자연어 질문에 출처와 신뢰도까지 달아 답을 주는 챗봇이다.

여기서 AI가 한 일과 사람이 한 일이 따로 있다. AI는 흩어진 정보를 모으고 정제하고, 자연어 질문에 답한다. 사람은 답의 출처와 신뢰도를 보고 "이건 믿을 만한가"를 판단한다.

이 분업 덕에 신규 입사자가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빠져나오는 시간이 짧아지고, 시니어가 매번 같은 질문에 답하던 시간도 회수된다. 채용담당자 입장에선 솔직히 가장 먼저 끌렸다. 그동안 신규 입사자들 입에서 공통적으로 들리던 이야기가 있었다. "버즈빌의 컨텍스트가 너무 방대하고 흩어져 있어서 맥락 파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채용 담당자로서 그 문장을 매번 듣는 게 마음에 걸렸는데, 이게 풀릴 수 있겠다 싶었다.

2등 톤보정

🥈 2위 · 위그드라실

“답을 찾는 일보다 어려운 건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를 정하는 일이다.”

위그드라실 팀은 그 문제 정의 자체를 AI에게 같이 맡길 수 있는 도구를 만들었다. 회사의 비전을 입력하면 AI가 트리 구조로 분해해서 가설과 우선순위를 제안한다. 사람은 그 안에서 고르고, 조정하고, 합의한다. 분해된 작은 과제(leaf 노드, 트리에서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끝단)마다 컨텍스트와 검증 기준이 붙어 있어서, 그대로 다른 AI 에이전트에게 일을 넘길 수 있는 형태로 빠진다.

여기서도 AI와 사람의 분업이 보인다. AI는 큰 비전을 잘게 분해하고, 여러 가능한 가설을 제안한다. 사람은 그중 어떤 방향이 우리한테 맞는지 고르고 합의한다.

흥미로운 건, AI에게 일을 잘 시키려면 사람이 먼저 일을 구조화해 줘야 한다는 점이다. 위그드라실은 그 구조화 자체를 도와주는 도구다. PM이 백지 앞에서 보내던 시간이 줄어드는 셈이다.

1등 사진 콜라주

🥇 1위 · 잠자는 서버들

잠자는 서버들 팀은 우리 회사 개발 서버 90대 중 하루 평균 78.5%가 그냥 켜져만 있다는 데이터에서 시작했다. 30분간 요청이 없으면 서버가 자동으로 잠들고, 배포 트리거가 들어오면 의존 서비스까지 같이 깨어나도록 설계했다.

결과는 연간 최대 92% 인프라 비용 절감. 같은 비용 안에서 개발자 전원에게 독립 환경을 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단순히 비용을 줄인 게 아니라, 12시간 만에 비용 구조 자체가 바뀐 결과다.

여기서 짚을 점은, AI가 알아서 문제를 찾아 푼 게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이 데이터를 보고 "하루 78.5%가 놀고 있다"는 병목을 정의했다. AI와 자동화 시스템은 그 정의된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했다.

그동안 환율이 치솟으면서 서버 비용 줄여보려고 머리 맞대고 회의했던 시간이 적지 않았는데, 이제 그런 자리도 조금씩 줄어들 듯싶다.


그래서, 저는 잘리는 건가요?

세 팀의 발표가 끝나고 시상까지 정리된 뒤, 머릿속에 한 줄이 남았다. 문제 정의도, 정보 검색도, 실행 자동화도, 평소엔 한 사람이 들고 있던 일이 AI로 '클릭 한 번' 만에 풀려가고 있었다.

1편에서 던졌던 "그놈의 AI, 그래서 저 잘리나요?"라는 질문의 답이, 그날 12시간 안에 또렷해졌다.

AI는 내 자리를 가져가는 존재가 아니라, '디지털 동료'로 자리 잡아 협업하는 존재구나.

AI에게 AI가 잘하는 일을 위임하고, 나는 도메인 지식으로 전체 프로세스의 병목을 찾아 그 해결을 설계하는 것. 이게 앞으로 내 역할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 본 세 팀이 그 분업을 거의 정확하게 보여줬다. 사람이 문제를 정의하고 맥락을 판단하면, AI가 빠르게 탐색하고 실행하고 반복하고, 사람이 다시 결과를 검증하고 방향을 조정한다. 이게 앞으로 우리가 일하는 풍경이 될 것 같다. 이미 직장인들 사이에선 '클대리(클로드 대리)'라는 호칭으로 같이 일하는 동료가 생겨나고 있으니, 영 허무맹랑한 이야기도 아니다.

해커톤 시작 전에 "가능할까요?"라고 의심하다 12시간 끝에 "AI가 옳았다!"라고 외친 그 세일즈 매니저처럼, 우리도 곧 아이디어가 몇 시간 안에 결과물로 바뀌는 속도를 일상으로 살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1편에서 던진 그 질문의 답.

그놈의 AI. 결국 같이 일하게 됐다. 그리고 생각보다, 꽤 괜찮은 동료일지도 모르겠다.


👉 다음 편 예고

치열했던 해커톤 다음 날 저녁. '선선한 봄밤, 조명 아래의 해커톤 뒤풀이'로 기획됐던 그 회식이 어떻게 "생존 캠핑"이 되었는지는, 마지막 [3편]에서 이어집니다.

버즈빌, 아마도 당신이 원하던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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